index page

previous page

무결점

버스운전을 하면서 계속 머리속에 맴도는 개념은 무결점(Zero Defects)이라는 단어이다. 한동안, 십년은 넘었지만 현장 품질개선 운동으로 널리 사용되었던 개념인데 요즘 새삼스럽게 그 단어가 자꾸 생각이 난다.

한마디로 아찔하고 위험천만한 일이 운전이라 조금만 방심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일으키게 된다.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버스 자체가 무겁다 보니 밀리는 브레이크, 느린 스타트, 또 긴 차체, 좌우의 사각지대.

출발과 정지가 매끄럽지 않다보니 한번 출발하면 서기가 싫다. 웬만한 신호는 무시하기가 십상이다. 코너를 돌때면 좌우를 살피고 차가 완전히 빠져 나오기 전까진 좌우 백미러를 살피는 건 필수, 이때 전방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푸른 신호가 들어오면 거침없이 들어오는 보행자, 버스가 정차시 밀린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아니 정지선을 넘어오는 버스가 이해가 안되고 기사가 이상한 인간이다.

내차만 소중한 승용차 운전자,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일반화되어 길 가운데에서도 지도를 판독하기 바쁘다. 더구나 DMB방송으로 뉴스나 드라마를 보면서 차를 운전하는 모습은 운전이 아니라 여가생활이다. 좌, 우 어느 곳이나 마음 먹으면 방향을 틀고 내차가 소중하니 앞차와의 간격은 최대한 넓게 잡는다. 앞쪽의 신호등이 꺼질까 조마조마 노심초사하는 버스기사의 마음은 상상이나 할수 있을까...

아주 노련한 베테랑 승용차 운전자도 많다(당연하다), 20년 넘은 개인택시 아저씨도 승용차로 어디를 가고 있을지 모르니까, 정확하게 버스기사의 의중을 헤아려 한발 앞선 운전을 한다. 먼저 끼어들고 먼저 신호를 적당히 무시하고 승용차의 빠른 스타트를 이용하여 운전솜씨를 마음껏 뽐낸다.

어떤때는 동종업계인 버스와 택시도 안면 몰수하고 경쟁상대가 되기도 한다. 우회전하는 버스를 끝까지 차선을 양보하지 않고 직진신호를 기다리는 개인택시 아저씨, 정류장에 정차할때 진행차선을 가로막고 자기 볼일 다 보고 출발하는 버스기사..

미안한 말이지만 승객들도 안심할 대상이 아니다. 모든 것이 잘 될 때는 고맙고 정다운 손님이지만 기사의 과실로 안전사고가 나면 기사는 원망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모든 것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면 항상 긴장하고 조심하고 살피고 또 관찰하여야 한다.

무결점-방심제로-은 일을 마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2008.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