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먹던 시절

"호랑이가 담배먹던.."이란 이야기가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황당한 이야기는 아닐성 싶다. 산과 들에 야생동물이 많고 호랑이가 들끓었다면 많고 많은 호랑이 중에 담배를 먹는 특이한 별종이 있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아주 영리해서 인간처럼 행동했던가..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소래산에는 10여년전 여기에 이사왔을때 약수터가 다섯군데가 넘었다. 여름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아래 약수를 떠먹곤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근래에는 대부분이 음용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오염이 된 결과다. 불과 십년 사이에 자연은 많이도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 얘기가 떠오른 것은 산에를 올라도 야생동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과 몇해 전만 해도 다람쥐라는지 청솔모라든지 심심찮게 보이던 작은 동물들까지 발견할 수가 없다. 지금처럼 식물이 동면중인 겨울철에는 산 밑에서 위를 쳐다볼라 치면 황량하기 그지 없다.

정상이 바로 보이는 산에 무슨 동물인들 동면을 할 수가 있을까, 인적이 끊긴 으슥한 곳 바위 밑이나 구덩이에 몸을 숨겨야 하는데 종횡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 등쌀에 동물들이 견딜 수 없을게다.

나도 한두해는 밤을 줍는다고 온 산을 헤집고 다녔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내가 산짐승들을 없애는데 일조를 했던 것은 아닐까..

옛날에는 산에 오를 일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기껏해야 나무를 하던지 산나물을 뜯기위해 산을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죽 등산화가 없으니 으슥한 곳에는 접근을 못했을 것이다. 짚신이나 고무신을 신었으니 바닥을 기어다니는 동물과 온 몸에 엉기는 벌레 때문에도 동네 주변에만 맴돌았을 것이다.

여우와 늑대와 살괭이와 산토끼, 노루 사슴 꿩 그리고 호랑이까지 득시글 거리는 야산을 맨손으로 오른다는 것은 무모한 모험이 아니었을까?

물론 그 시절을 살아보지는 못했으니 진실을 알 수는 없겠지만 십수년을 비교해 보면 옛날을 유추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루 걸러 산을 오르는 요즈음에는 자연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밟는 땅바닥도 새로운 길이 생기지 않도록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만 다니게 된다. 그것이 그동안 망가뜨린 자연에 대한 도리일 듯 싶다.

다시는 호랑이가 담배를 먹는 시절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사라지는 야생동물들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다시 돌아 온다면 어떤 모습으로 일까..

2009.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