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빌려준다면

요즘 유행가 가사에 이런 말이 있다. 하늘이 내게 천년을 빌려 준다면 아낌없이 당신을 사랑하리라. 일견 가슴에 와닿는 말이지만 곱씹어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죽자 사자 사랑하여 결혼한 커플이 몇년후 우리는 이런 이유로 헤어질 수 밖에 없어요 하고 아쉬움과 함께 눈물의 이별을 하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아 왔다.

사랑은 눈에 콩깍지가 씌운다고 하지 않는가. 한창 좋아할 때는 모든 점이 사랑스럽고 이뻐 죽을 것 같지만..

천년의 시간이라. 몇년전 우리는 새로운 천년을 맞아 뉴 밀레니엄에 대비해 많은 기대와 우려로 법썩을 떤 기억이 생생한데. 기껏해야 달력에 표시되는 년도는 이천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그런데 사랑을 위해 하늘이 천년을 빌려줄 상상을 한다.

신라(BC 57∼AD 935)는 시조 박혁거세(赫居世)로부터 경순왕까지 56대, 992년간 존속하였다. 고대국가에서 삼국을 통일하여 왕건에 나라를 바칠때까지 다 합쳐야 천년이 된다. 얼마나 긴 세월인가. 왕건(王建)이 신라말에 분열된 한반도를 다시 통일하여 세운 왕조인 고려(918∼1392)는 공양왕(恭讓王)까지 34대 475년간 존속했다. 그뒤 조선은 1392년 즉위한 태조(太祖) 이성계에서 1910년 마지막 임금인 순종(純宗)에 이르기까지 27명의 왕이 승계하면서 519년간 지속되었다. 고려에서 조선까지 지속된 시간이 모두 994년이 되니, 고대왕조 신라에서 근대 초까지가 이천년이고 천년이 두번 간 정도이다.

아 긴 세월 천년이여!

기껏해야 백년을 사는 인간이 그것도 깨어지기 쉬운 사랑을 천년을 지속할 수 있다고 자신하다니.

물론 그 노래를 만든 분들이나 부른 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고 혼자 생각을 적은 것이니 혹시나(?) 오해는 없으시기를.

천년을 살 수 있고 천년을 사랑한다는 말이 이 가사의 핵심이 아닐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소름이 끼쳐 정리해 본 생각이다.

 

2009.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