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청원

지난 1월3일 이후 며칠간 2015년 희망의 사자성어라는 말이 매스컴을 장식한 적이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한 해 아쉬웠던 감회를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는 의미에서 "교수신문"에서 가장 학식있고 양심적이라고 여겨지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한 해를 맞으면서 하는 행사의 결과이다. 현 사회의 실제적인 모습과 앞으로 더 나아져야 할 미래의 희망적인 모습을 아우르는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몇 분의 교수가 사자성어를 추천하면 그것을 대상으로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말이 그 해의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되는 것 같다. 주로 중국의 고전과 고사에서 가장 적합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선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올해는 正本淸源(정본청원)이 선정되었다 한다. 이 말은 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라 한다. 언제이고 우리가 만족하는 사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는 없겠지만 지난 해는 유달리 사회 지도층이 모범이 되지 못하고 사회가 혼탁하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좀 더 비판적으로 말한다면 사회 지도층 자체의 가치관이 도덕적이고 건전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에서 용케 살아 남았고 이기심과 탐욕으로 버티고 있는 계층이 소위 지도층이다. 원천적으로 본이 될만한 것은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을 보이라는 것은 한가닥 자존감과 의무감을 위해 사회에 바쳐야 할 최소한의 양식이 되겠다. 그래도 해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좋은 사회를 위해 머리를 싸매는 것은 아직은 양식있는 사람들이 사회 도처에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 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증이 생겨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이 말은 『漢書』「刑法志」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刑法志 원전이 방대하므로 그 일부분과 나름대로 해석한 것을 정리하여 보았다.

孫卿之言既然,又因俗說而論之曰:禹承堯舜之後,自以德衰而制肉刑,湯武順而行之者,以俗薄於唐虞故也。今漢承衰周暴秦極敝之流,俗已薄於三代,而行堯舜之刑,是猶以鞿而御駻突,違救時之宜矣。且除肉刑者,本欲以全民也,今去髡鉗一等,轉而入於大辟。以死罔民,失本惠矣。故死者歲以萬數,刑重之所致也。至乎穿窬之盜,忿怒傷人,男女淫佚,吏為姦臧,若此之惡,髡鉗之罰又不足以懲也。故刑者歲十萬數,民既不畏,又曾不恥,刑輕之所生也。故俗之能吏,公以殺盜為威,專殺者勝任,奉法者不治,亂名傷制,不可勝條。是以罔密而姦不塞,刑蕃而民愈嫚。必世而未仁,百年而不勝殘,誠以禮樂闕而刑不正也。豈宜惟思所以清原正本之論,刪定律令,篹二百章,以應大辟。其餘罪次,於古當生,今觸死者,皆可募行肉刑。及傷人與盜,吏受賕枉法,男女淫亂,皆復古刑,為三千章。詆欺文致微細之法,悉蠲除。如此,則刑可畏而禁易避,吏不專殺,法無二門,輕重當罪,民命得全,合刑罰之中,殷天人之和,順稽古之制,成時雍之化。成康刑錯,雖未可致,孝文斷獄,庶幾可及。《詩》云「宜民宜人,受祿于天」。《書》曰「立功立事,可以永年」。言為政而宜於民者,功成事立,則受天祿而永年命,所謂「一人有慶,萬民賴之」者也。

출처: http://ctext.org/han-shu/xing-fa-zhi

 

순자(荀子)가 이미 말한 바와 같고 또 내려오는 말로 인하여 논해지기를, "우가 요순을 이은 후에 갈수록 도덕이 쇠하여 몸에 가하는 형벌이 생겼다. 탕무는 시대에 좇아 행하였다. 풍속이 야박하므로 도당과 유우의 예를 따랐다."
지금 한나라는 쇠한 주나라와 흉포한 진나라를 이어 극히 황폐한 세대가 되었다. 풍속은 저속하여 3대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요순의 형벌을 행하였다. 사나운 말을 길들이는 데에는 재갈이 오히려 옳은 방법이다.  어긋난 것을 바로 잡는 방법이다.
또 육형을 감하려는 근본 욕심이 모두에게 있다. 만약에 머리를 깍고 목에 칼을 채우는(髡鉗) 등의 형벌을 버리면 오히려 사형을 시켜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죽음은 국민을 근심시킨다. 은혜를 잃어버리게 된다.
죽는 자가 많으면 형이 중한 결과이다.
벽을 뚫거나 담을 넘는 도둑부터 분노로 인하여 사람을 상하게 하고, 남녀간의 음란함이나 관리가 도둑질하고 뇌물을 받거나 이같은 죄악은 곤겸(髡鉗)의 형이 부족하여 무거운 징계를 하여야 한다.
형을 받는 자가 많으면 백성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부끄러워 하지 않게 된다. 형벌이 가벼운 탓이다.
고유한 습속은 유능한 관리의 능력이다. 공권력으로 강도를 죽이는 것은 권위이다. 죽일 수 있는 자는 임무에 적합해야 한다.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는 다스릴 수 없다. 어지러운 평판은 제도를 손상시킨다. 엄격함이 올바른 방법이다.
이것이 그물과 같이 촘촘하여 악한 짓을 못하게 막는다. 형벌이 늘면 백성이 고달프고 힘들다.
세상에는 자애가 미흡하다. 많은 세월도 흉악함을 이기지 못한다. 참된 몸가짐으로 예악을 억제하고 형을 부정하여야 한다.
어찌 깨끗하고 바른 근원과 본성(清原正本)에 대한 논의가 나오지 않겠는가. 법령을 제하고 바로잡으며 많은 본보기를 알리고 큰 죄에 대처한다.
그 나머지 죄들은 예전을 따라 시행하여야 한다. 만약 살인을 한다면 육형을 행함이 타당하다.
사람을 다치기에 이르면 도둑과 같이 취급하고 관리가 뇌물을 받고 법을 전횡하며 남여가 음란한 짓을 하면 모두 옛날 형벌을 시행한다. 많은 전거가 있다.
잘못을 꾸짖는 자세하고 꼼꼼한 법 문장이 많이 있다. 남김없이 줄이고 버려야 한다.
이와 같으므로 형은 두려워하고 계율은 피하기 쉽다. 관리는 마음대로 죽일 수 없다. 법은 두가지 해석이 없다. 경중에 따라 마땅한 죄를 물어야 한다. 백성들의 목숨은 온전히 유지되어야 하고 적합한 형벌이 시행되면 제왕과 백성의 화목이 성하여진다. 옛 제도를 조사하여 따르면 화목하며 감화하는 시절을 이루게 된다.
평안함을 이루고 형이 어지럽혀지지 않는 것이 비록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효와 학문이 감옥을 끊으며 모든 바람을 이룰 수 있다.
시경에 이르기를 "백성들에 마땅하고 관리들에 마땅하면 하늘로부터 녹을 받는다". 서경에 이르기를 "공을 이루고 일을 이루면 오랜 세월을 보장받는다". 이 말들은 다스리는 일은 백성에게 마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을 이루고 관직을 확고히 수행한다는 것은 즉 하늘의 녹을 받아서 오랜 세월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소위 "한 사람에게 경사가 있으면 만민이 이득을 얻는다"는 말이다.

 

2015.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