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천국과 지옥이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죽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그것을 믿든 믿지않든 천국과 지옥에 관해 말을 하면 어느 곳을 말하는지는 이해합니다. 천국은 좋은 곳이고 지옥은 몸서리치게 무서운 곳을 말함은 알아 듣습니다. 어떤 분들은 통상적인 이해의 정도를 초월해 지옥은 사람들로 가득차서 더이상 죽은 자들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 지옥행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든지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어겨 지옥에 가더라도 무슨 일이 있겠느냐고 태연해 하기도 합니다.
또한 천국이 어디메뇨? 지옥이 무슨 말이냐? 묻는 분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 천국과 지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지만 너무나 좋다는 천국과 무시무시하다는 지옥을 전해지는 말대로 믿을 수 없다는 말로 대체할 수 있으며, 설령 그대로 실재한다고 해도 나는 나의 모든 삶의 방식을 그런 신상필벌의 장소에 따라 변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됩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하여야 합니다. 우리가 천국과 지옥에 대하여 들어서 알고 있고 그 개념에 적극적으로 반발하지 않는다면 내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믿을 수 없다는 말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그 개념을 알고 받아 들였다면 그곳이 실재하는지 허구인지 따지는 것은 그야말로 무의미한 일입니다.
내가 있다고 인정하니 실재하고 내가 없다고 부정하니 실재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은 우리 생각과는 아무 인과관계가 없는 곳입니다. 천국은 모든 것이 좋고 행복이니 천천히 생각해 보고 지옥을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어 내가 있는 곳에 불이 나서 안타깝게도 그속에 갇혀 죽어 간다고 가정합니다. 그 불 속에서 내가 몇 분을 버틸 수 있을까요? 길어야 10분 이내에 질식하고 불에 타서 고통 중에 죽어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고통은 10분이면 끝나고 감각이 없어져 죽음에 이를 것입니다. 지옥은 불구덩이로 표현됩니다. 10분에 끝나는 한시적인 형벌이 아닙니다. 끝나는 시간이 없는 영원한 고통이며 온 몸의 감각은 살아 있을 때 보다도 더한 고통을 느낀다고 합니다. 교도소나 격리시설 정도의 형벌과 고통이 아닙니다. 매 순간 격심한 고통을 끌날 기약없이 지속적으로 견디어야 한다고 합니다. 상상이 가십니까?
천국은 몰라도 지옥은 절대로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시는지요. 이제부터는 좀 더 논리적으로 접근해 가 보시죠.
우리가 이 시점에서 접근해 가야 하는 것은 과연 그러한 곳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여부입니다. 우리가 이 지구 상에서 호흡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 특별한 존재라고 인정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우리 몸에 필요한 모든 생물학적인 욕구를 그저 충족하기 위해 사는 하잖은 동물과는 다르다고 인식한다면 우리가 행한 행동 뒤에 무슨 인과관계에 따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왜 그런 형벌의 장소가 필요한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행위에 따른 응분의 대가가 없다면 이 세상을 사는 우리들은 얼마나 막 살아 갈까요. 나의 논리에 바로 반박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겠지요. 인간의 본성이 원래 착해서 양심에 따라 선하게 살고자 하는 본능이 있으므로 인간의 행위를 상벌하는 매카니즘이나 장소는 불필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런 생각은 인간들의 마음에서 그야말로 가장 평온하고 쾌적한 한시기 한순간의 마음입니다. 인간의 마음이 선함과 기쁨으로 충만된 때에는 해당되지요. 그런 선함이 인간들에게 얼마나 자속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볼때 30분이 지속될 수 있다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입니다. 인간은 결코 선하다고 볼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남의 것을 빼앗아 많이 먹고자 하는 욕심이 있고 적과 싸워 상대를 죽이고 내가 살려는 본능이 살아 있습니다.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노인이라도 젊은 여인을 보면 욕심을 품는 무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마음 속에 우리를 절제시키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견제 장치가 없다면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 상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천국과 지옥은 결코 우리를 괴롭히는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가 인간적인 완성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고마운 생각입니다. 우리가 이 육체를 벗어나 땅에 묻힌 뒤에 또다른 세상이 우릴 기다린다는 것이 우리를 얼마나 기대에 부풀게 하는 생각일까요.
201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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